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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장센
‘1. 촬영’에서는 영화 촬영의 예술 및 기술과 관련한 시각적 영상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카메라에는 반드시 사물, 사람, 세팅 등 촬영할 소재가 주어져야 하고, 감독은 이 소재들을 조작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공간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대상을 공간에 배치하는 것을 감독의 ‘미장센(mise en scene)’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이번 ‘2. 미장센’에서 다룰 내용이다.
프랑스의 연극 용어에서 출발한 ‘미장센(mise en scene)’은 우리말로 ‘무대 배치’라 옮길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극연출을 위한 모든 시각적 요소를 무대 안에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미장센은 연극과 회화의 시각적 관습이 혼합된 ‘영화’에서 특히 더 복잡해진다. 영화감독이 3차원적 공간 안에 배치한 대상들은 촬영 뒤 2차원적 영상으로 표현된다. 영상은 미술관의 그림처럼 관객과 한 물리적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할 뿐, 영화에서 보여주는 2차원적 공간은 관객이 앉아 있는 3차원적 공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영화의 미장센은 프레임에 둘러싸인 평면 위에, 패턴과 형상의 이미지가 표현된다는 점에서 회화의 예술과 닮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미장센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각적 소재로 구성된다는 점에서는 회화와 달리 유동적인 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또 미장센은 기본적으로 롱 쇼트나 익스트림 롱쇼트의 예술로 간주하는데, 이는 소재를 클로즈 쇼트로 상세히 묘사하면 감독이 시각적 요소를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어지기 때문이다.
2-1. 프레임(1)
모든 영상은 ‘스크린’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프레임은 현실과 분리된 영화 세계의 경계를 나타낸다. 하지만 영화감독은 사진작가나 화가와 달리, 프레임의 구성을 완결된 자족적 표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 시공간의 예술인 영화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각적 요소들을 통해 관객에게 구도의 해체와 경계의 재정립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한편 영화의 영상에서 한 프레임은 필요에 의해 그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멈춘 것이기 때문에 관객은 비평 목적의 스틸 프레임을 볼 때, 그 극적 맥락을 감안해야 한다.
전통적인 시각예술에서 프레임의 크기는 소재의 성질에 따라 달라졌다. 예를 들어 고층 건물을 그릴 때는 형태상 수직적인 프레임을, 광활하게 펼쳐진 풍경을 담을 때는 수평적인 공간구성의 프레임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프레임의 비율이 표준화되어 있어 프레임이 촬영되는 소재의 성질에 따라 매번 달라지지 않는다. 프레임을 구도에 맞추는 사진작가나 화가와 다르게, 영화감독은 구도를 획일적인 크기의 프레임 안에 맞춘다. 따라서 영상에서의 프레임은 구성과 구도를 잡는 데 초석이 되며 프레임의 가로와 세로 비율은 영화 내내 일정하게 유지된다. 오늘날의 영화는 대부분 표준 비율(1.85:1) 또는 와이드스크린 비율(2.35:1)로 촬영된다.
영화감독은 이런 점 때문에 종종 소네트(sonnet) 시인에 비유되기도 한다. 14행으로 구성된 소네트 시의 묘미는 복잡한 리듬의 형식과 소재의 내용 사이 긴장감에서 비롯된다. 엄격한 형식이 오히려 테크닉과 소재의 재미있는 융합을 만들고, 사람들의 심미적 즐거움을 고취하는 것이다. 영화의 ‘프레임’에도 이 같은 원리를 적용해 해석할 수 있다.
영화의 프레임은 크기가 수평적 형태로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수직적 구도를 나타내고 높이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 따라서 많은 감독은 ‘마스킹(masking)’을 이용해 이 문제를 극복하려 한다. 일례로 그리피스(D. W. Griffith) 감독은 영화 ‘인톨러런스(Intolerance)’를 촬영할 때, 영상의 일부를 검은색 마스크로 가림으로써 어두운 관객석과 스크린의 어두운 부분이 마치 연결된 것처럼 표현했다. 또 그리피스는 영상의 아래쪽 1/3을 차단해 와이드스크린 같은 효과를 주며 촬영 현장의 아득한 수평선을 강조하기도 했고, 스크린의 측면을 차단해 벽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병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마스크는 원형, 타원형, 사선 등 다양한 종류가 사용되었다.
‘아이리스(iris)’ 역시 무성영화 시절 특히 많이 사용된 마스크 중 하나이다. 아이리스는 피사체를 향해 열거나 닫을 수 있는 원형 또는 타원형의 마스크를 말한다. 프랑수아 트뤼포(François Truffaut) 감독 또한 그의 영화 ‘야생의 아이(The Wild Child)’에서 소년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리스를 사용했다. 소년 앞의 사물에 초점을 맞출 때 발생하는 주변의 어둠은 소년이 어떻게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차단되고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프레임은 미학적 장치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쇼트에 담긴 여러 소재들은 프레임에 의해 통일되고 질서가 부여된다. 또 프레임은 무의미한 것들은 배제하고 선택된 부분만을 관객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분리 장치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 어떤 감독은 프레임을 통해 ‘엿보는 것’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히치콕(Hitchcock) 감독은 ‘사이코(Psycho)’, ‘이창(Rear Window)’ 등 그의 수많은 영화에서 프레임을 ‘창문’과 같은 역할로 사용하며 등장인물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 프레임에 배치된 위치에 따른 소재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설명할 예정입니다.
* 미장센 및 프레임에 대한 내용을 보강하는 설명과 영화의 예시는 그다음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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