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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앵글
앵글은 대상이 촬영되는 각도로, 촬영되는 피사체가 아닌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또한 촬영되는 소재에 종종 감독의 해설이나 주석을 담는 역할을 한다. 극단적인 앵글은 영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강조하는 데 유용하고, 평범한 앵글은 감정의 특색을 섬세하게 살리는 데 탁월하다. 동일한 인물을 촬영하더라도 ‘하이 앵글(high angle)’로 촬영했는지, ‘로우 앵글(low angle)’로 촬영했는지에 따라 해당 영상은 정반대의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즉 형식은 곧 내용이 되는 것이다.
사실주의 감독들은 대상을 명확하게 포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극단적인 앵글은 지양하며 아이 레벨 쇼트(Eye-level shot)와 같이 주로 눈높이에서 촬영한다. 이는 지면으로부터 약 150~160cm 떨어진 높이로, 실제 관찰자가 어떤 장면을 볼 때와 거의 동일한 높이다.
하지만 형식주의 감독들은 대상이 명확하게 보이는 영상보다, 대상의 본질적 특성을 가장 잘 포착한 영상에 관심을 가진다. 극단적인 앵글은 왜곡을 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은 대상의 표면적인 사실성을 왜곡함으로써 더 중요한 ‘상징적인 진실’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주의와 형식주의 감독들 모두, 관객은 카메라 렌즈와 자신을 동일시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주의 감독은 관객이 카메라의 존재를 전적으로 잊기를 바라지만, 형식주의 감독은 관객에게 카메라의 존재를 지속해서 환기한다는 차이를 갖는다.
영화에서는 5가지의 기본적인 앵글이 있다. (1) 버즈 아이 뷰(bird’s-eye view), (2) 하이 앵글(high angle), (3) 아이 레벨 쇼트(eye-level shot), (4) 로우 앵글(low angle), (5) 사각 앵글(oblique angle)이 그것이다. 하지만 쇼트와 마찬가지로 앵글에도 중간단계의 앵글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로우 앵글’과 ‘익스트림 로우 앵글’은 상당히 차이 나게 보일 수 있다. 또한 앵글이 극단적일수록 촬영되는 소재는 더욱 색다르고 혼란스럽게 표현된다.
‘버즈 아이 뷰(bird’s-eye view)’는 머리 위에서 장면을 촬영하는 것이다. 버즈 아이 앵글에서의 카메라는 소재를 직접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치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에서 사건을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같은 쇼트에 있는 피사체는 대개 추상적으로 보이며 첫눈에 알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감독들은 이러한 유형의 카메라 설정을 보통 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또 어떤 맥락에서는 이와 같은 앵글이 매우 뛰어난 표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버즈 아이 쇼트는 관객이 마치 슈퍼맨이 된 것처럼 장면 위를 날아다닐 수 있게 하며, 촬영된 인물들이 개미처럼 작거나 하찮게 보이도록 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하이 앵글(high angle)’ 쇼트에서 카메라는 크레인(crane) 위 또는 원래 높이 솟아 올라와 있는 곳에 설치된다. 보통 이러한 앵글의 쇼트는 아주 혼란스럽거나 극단적인 느낌이 없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버즈 아이 쇼트처럼 관객에게 슈퍼맨과 같이 전지전능해지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 역시 어렵다. 하이 앵글은 관객에게 장면의 전체적인 느낌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늘 인물의 운명이나 숙명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 앵글의 배경은 거의 지면이나 마룻바닥인데, 무대가 관객을 집어삼킬 것처럼 연출하고자 할 때 세팅이나 배경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또한 하이 앵글은 촬영 대상의 높이를 실제보다 축소하는 효과를 준다. 반면 속도감 전달에는 효과적이지 못해 오히려 따분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러한 앵글에서의 피사체는 그 중요성이 감소하는데, 촬영되는 인물은 크게 악의도 없어 보이며 대수롭지 않거나 무력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또 이 앵글은 등장인물의 자기 비하 감정을 나타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앵글은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운명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아이 레벨 쇼트(eye-level shot)’는 어떤 부류의 인물이 등장할지 관객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며, 기본적으로 극적이지 못하고 꽤 정상적이다. 따라서 일부 감독들은 지나치게 조작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극단적인 앵글 대신 아이 레벨 쇼트를 이용한다. 실은 모든 감독이 경우에 따라 아이 레벨 쇼트를 사용하는데, 일상적인 해설 장면에서는 더욱 그 사용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 레벨 쇼트와 관련해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Yasujiro Ozu) 감독의 영화를 예로 들면, 카메라는 대부분 바닥에서 120cm 정도의 높이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위치는 일본식으로 관객이 앉아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동일하다. 또한 오즈 감독은 모든 등장인물을 평등하게 대우하는데, 그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등장인물들을 감상적으로 또는 저자세로 보려는 관객들의 태도를 원천 차단한다. 오즈는 가치판단이 앵글의 사용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에 따라 그는 자신의 카메라를 중립적으로 냉정하게 유지하고자 하였다.
‘로우 앵글(low angle)’은 이름처럼 하이 앵글과는 상반된 효과를 가진다. 로우 앵글은 촬영되는 대상이 실제보다 더 높아 보이도록 하기 때문에, ‘수직성’을 나타내는 데 특히 유용하며 키가 작은 배우를 크게 보이도록 만들기에도 좋다. 또한 로우 앵글은 피사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변 환경은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어 이에 따라 로우 앵글의 배경은 대체로 하늘이나 천장이 유일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앵글의 쇼트에서 등장인물은 종종 마치 무시무시한 거인처럼 관객들 위로 불쑥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관객들이 특정 인물에 대한 강하고 위협적인 인상을 갖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기도 하다. 즉 관객에게 등장인물로부터 지배당하는 느낌을 주고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관객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아래에서 위로 촬영된 인물은 관객들에게 경외심과 공포심을 갖게 하기 때문에, 선전영화나 영웅주의를 묘사하는 장면에 자주 쓰이는 편이다. 또한 로우 앵글은 속도감을 높여준다는 중요한 특성이 있는데, 이러한 특성은 폭력 장면에서 더욱 부각되며 그 혼란스러운 느낌을 잘 포착한다.
‘사각 앵글(oblique angle)’은 카메라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기울인 채 소재를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사각 앵글은 종종 ‘더치 틸트(Dutch tilt) 쇼트’라 불리기도 한다. 사각 앵글로 촬영된 인물은 마치 한쪽으로 넘어지는 것처럼 보이며, 술에 취한 사람의 비틀거리는 상태 등을 묘사하기 위한 ‘시점 쇼트(point-of-view shots)’로 자주 쓰인다. 이러한 사각 앵글은 심리적 긴장감과 변화, 임박한 움직임 등을 암시한다. 하지만 사각 앵글은 관객을 당황스럽고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때문에 빈번하게 사용되지는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사각 앵글은 장면의 시각적 불안감을 정확히 포착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 등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익스트림 앵글(extreme angle)에 대해 첨언하면, 익스트림 앵글에서 쇼트의 내용은 거의 추상적인 디자인으로 변형되고, 관객 스스로 불가피하게 자신의 공간 감각을 조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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