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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명암
촬영기사(Cinematographer) 또는 촬영감독(Director of Photography)은 영화의 조명을 조정하고 촬영을 질을 관리하며, 일반적으로 감독의 지시를 따른다. 조명은 그 위치가 정확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임기응변으로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조명은 카메라나 피사체가 약간만 움직여도 바꿔야 해서 움직이는 영상에서는 조명 역시 거의 멈춘 채로 있지 않다. 반사 또는 흡수하는 빛의 양은 색깔과 형태, 질감에 따라 달라지며 이러한 이유로 촬영 기사는 촬영 중에도 모든 움직임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새로운 쇼트 하나하나마다 복잡하게 사용되는 조명은 영화 촬영 시간을 오래 걸리게 만든다. 특히 심도가 깊은 영상에서는 조명 역시 심도가 깊어야 하므로 복잡함은 한층 더해진다고 할 수 있다.
조명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으며 조명 스타일은 보통 ‘조명 키(Key)’라 불린다. 이는 영화의 테마와 분위기, 즉 영화의 장르에 따라 달라진다. 미스터리, 스릴러, 갱스터 영화에서는 보통 음영이 늘어나고 빛이 괴어있는 듯한 분위기의 ‘로우키(low key)’ 조명을, 코미디와 뮤지컬에서는 주로 밝고 화려하며 드러나는 그림자가 거의 없는 ‘하이키(high key)’ 조명을 사용한다. 비극이나 멜로드라마에서는 거친 빛줄기와 극적인 어둠이 대비를 이루는 ‘하이 콘트라스트(high contrast)’ 조명을 주로 쓴다. 하지만 이 같은 조명 키의 구분은 어림잡은 구별일 뿐, 전경에 약간의 하이 콘트라스트 요소를 넣은 로우키 배경을 사용하는 등 어떤 영상은 여러 조명 스타일을 결합해 사용한다. 또한 야외에서 촬영한 영화는 주로 자연조명을 활용한 자연스러운 조명 스타일을 갖지만,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한 영화는 일반적으로 더 연극적이고 양식화된 스타일을 갖고 있다.
빛과 어둠은 거의 항상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성서에는 이에 대한 상징이 아주 풍부하게 묘사되어 있다. 렘브란트(Rembrandt)와 카라바조(Caravaggio) 역시 심리적 목적으로 명암 대비를 사용했다. 예술가들은 일반적으로 빛을 통해 진실, 안전, 미덕, 즐거움 등을 표현했고, 어둠을 통해 악, 공포, 미지의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몇몇 영화감독들은 의도적으로 이러한 상징적 연상의 관습을 탈피해, 빛과 어둠에 대한 개념을 뒤집기 위한 시도를 한다. 특히 히치콕 감독은 그의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인 장면을 화려한 조명으로 연출하는 등, ‘안전’에 대한 피상적인 느낌을 폭로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편 할리우드 빅 스튜디오 시기 촬영기사들은 현재까지도 널리 쓰이는 ‘삼 점 조명(three-point lightening)’ 기술을 개발했다. 삼 점 조명에서 조명의 주된 광원은 ‘키 라이트(key light)’라 하는데, 이는 영상에 극적 대비를 만들어 가장 극적인 관심 영역으로서 관객의 시선을 가장 먼저 끌며 이 극적대비는 심리적, 물리적으로 그 쇼트 내 연기의 초점이 된다. ‘필 라이트(fill light)’는 거친 주광원을 부드럽게 만드는 보조 광원으로, 키 라이트보다는 덜 강하지만 극적 대비영역 외에 그림자로 가려져 있는 지엽적인 부분들을 보조적으로 보여준다. ‘백 라이트(backlight)’, 즉 역광은 전경의 인물을 배경에서 분리하고 영상의 3차원적 깊이에 대한 환영(illusion)을 강조한다. 삼 점 조명 방식은 로우키 조명에서 그 표현력이 최대가 되지만, 3가지 광원이 영상 표면에 똑같이 분포되는 하이키 조명 역시 쇼트의 분위기를 훨씬 온화하게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조명은 사실주의 또는 표현주의적으로 사용된다. 사실주의 감독은 ‘기존 조명(available lightening)’을 선호하는데, 특히 옥외 장면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독은 옥외 촬영에서도 반사판이나 램프를 사용한다. 이는 맑은 날 태양광에 의한 극심한 명암 대비를 부드럽게 하거나 자연광 자체를 증가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몇몇 감독들은 고감도 필름이나 특수렌즈를 통해 인공조명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촬영하기도 한다. 기존 조명은 영상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하며, 가능한 인공적인 조형미를 없앤 채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한 것처럼 만든다. 실내 촬영의 경우 사실주의 감독들은 램프나 창문처럼 광원이 분명하게 있는 영상을 선호하는데, 종종 심한 명암 대비나 인위성 없이 제각기 빛이 흩어지는 형태의 조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요약하면, 사실주의 감독들은 영화 맥락에 벗어나는 특이한 조명들은 쓰지 않는다.
형식주의 감독은 빛을 매우 적게 쓴다. 이들은 때때로 자연광의 유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빛의 상징적 함축이 가진 특성을 더욱 강조한다. 아래에서 조명을 비춘 얼굴은 배우가 특별한 표정을 짓지 않아도 거의 항상 사악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는 안전에 대한 느낌을 위협하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광원 앞에 있는 장애물들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하지만 옥외 촬영에서의 실루엣 효과는 종종 부드럽고 낭만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조명을 얼굴 위에서 비추면, 천사가 강림하는 것과 같은 후광 효과가 난다. 하지만 이런 숭고한 느낌의 조명은 진부해 보이기 쉽다. ‘백라이팅(Backlighting)’은 대상을 일종의 실루엣처럼 윤곽만 보이게 하며 우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는 특히 밝은 금발을 돋보이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러브 신에서도 자주 연인들의 머리 주위에 후광 효과가 나도록 촬영하는데, 이를 통해 연인들 사이의 낭만적인 아우라를 강조한다.
감독은 스포트라이트(spotlights)를 사용해 관객의 시선을 자신이 원하는 영역으로 자유롭게 인도할 수 있는데, 이는 스포트라이트에 초점과 강도에 대한 선택지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사용된 영상은 빛과 어둠이 강한 명암 대비를 이뤄 영상의 표면이 꼭 찢기고 손상된 것처럼 보인다. 형식주의 감독들은 주제를 표현하고 심리적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이같이 강한 명암 대비를 사용한다.
더불어 감독은 카메라 렌즈에 고의로 지나친 양의 빛을 투입해 영상을 ‘과다노출’할 수 있는데, 이는 판타지나 악몽 등의 장면에 가장 효과적이다. 이런 기술은 굉장히 눈부신 명성 또는 정서적 과장의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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