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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필터와 필름
렌즈와 필터는 순수 미용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배우는 렌즈와 필터를 통해 원래보다 더 젊거나 늙어 보일 수도, 또는 커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요제프 폰 슈테른베르크(Josef von Sternberg)’는 종종 낭만적인 분위기가 나는 연한 빛깔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렌즈에 반투명 실크 스타킹을 씌웠다. 심지어 나이가 많은 몇몇 여배우들은 계약서에 “클로즈업으로 촬영할 때는 반드시 연초점(soft focus) 렌즈만을 사용해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야만 한다”는 요구조항을 적기도 했다. 이런 광학적인 수정기구는 얼굴의 잔주름과 피부의 점을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
사실 필터의 종류는 렌즈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광채를 띠도록 빛을 굴절시키는 필터도 있다. 많은 필터는 특정한 색을 억제하거나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컬러 필터’는 야외 신에 효과적이다. 일례로 로버트 알트먼(Robert Altman)은 그의 영화 ‘맥케이브와 밀러 부인(McCabe and Mrs. Miler)’의 야외 신에서 주로 청색과 녹색 필터를 사용하고, 실내 신에서 노란색과 오렌지색 필터를 사용했다. 이러한 필터들은 겨울의 극심한 추위와 낡은 건물 안 방들의 공동체적 온기를 강조해 보여준다.
어떤 필름을 선택하는지는 영화에 상당한 심리적, 미학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앞서 이야기했듯, 필름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대체로 ‘고감도 필름(fast stock)’과 ‘저감도 필름(slow stock)’이라는 2가지 기본적인 범주에 속한다. 고감도 필름은 빛에 매우 민감한 필름으로, 경우에 따라 야외 촬영장에서는 자연광 이외의 다른 추가 조명 없이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는 심지어 야간 시퀀스에서도 가능하다. 또 이 고감도 필름은 명암의 거친 콘트라스트와 디테일의 부재를 만들며 ‘선적(linear)’이기보다는 ‘회화적’으로 보이는, 즉 굵은 입자를 가진 영상들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고감도 필름은 특히 사실적이고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1960년대 초부터 많은 극영화 감독들은 다큐멘터리적 긴박감이 느껴지는 영상을 찍기 위해 고감도 필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로는 ‘질로 폰테코르보(Gilo Pontecorvo)’ 감독의 영화 ‘알제리 전투(The Battle of Algiers)’를 이야기할 수 있다. ‘알제리 전투’는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알제리의 해방 전쟁에 대한 가혹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에 나타나는 카메라의 흔들림과 흐릿한 이미지들은 수많은 관객에게 사실주의적인 감동을 전달했다. 심지어 이 영화를 본 최초의 관객 중 많은 이들은 다수의 고문 장면들로 채워져 있는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 영화, 즉 실제 사건의 편집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완전히 재창조된 것이며, 다큐멘터리 필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고감도 필름은 사실적인 극영화뿐만 아니라, 실제 다큐멘터리 영화에도 많이 사용된다. 빛에 매우 민감한 고감도 필름을 사용하면, 다큐멘터리 감독은 매번 번거롭게 조명을 설치하지 않아도 인물과 배경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감독은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을 때 그에 대한 영상들을 바로 재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빛에 민감한 성질 때문에 고감도 필름은 색채를 훼손하거나 선을 흐릿하게 만들어 입자가 거칠어진 영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또한 흑백 필름에서는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되지만, 회색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변이효과는 잃을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저감도 필름은 비교적 빛에 둔감한 편인데, 고감도 필름보다 약 10배 정도 더 많은 조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감도 필름은 색상을 손상하지는 않으며 대상을 선명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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