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이해 CH 1. 촬영] 1-8. 디지털 혁명(1)

1-8. 디지털 혁명(1)

 

 영화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기 전, 감독들은 ‘셀룰로이드 기술(celluloid technology)’을 사용했다. 따라서 영화의 제작과 전달에는 본래 화학적 과정과 기계적 과정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화학적이고 기계적인 매체로 간주하였다. 영화에서의 ‘화학적 과정’은 영화가 감광 유제를 바른 필름에 기록되는 것을, ‘기계적 과정’은 영화가 이동 기어로 구성된 기계적인 영사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198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기술은 1990년대를 거치면서 영화 산업을 100년 넘게 주도한 셀룰로이드 기술을 마침내 대체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영화’는 이전과 달리 영상을 필름에 담는 대신, 메모리 카드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저장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전자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디지털 영화의 탄생을 기점으로 영화 산업에는 영화의 촬영과 편집, 배급 방식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는 방식에까지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다.

 

 ‘화소(pixel)’는 디지털 영상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디지털 영상이 셀룰로이드 영상보다 훨씬 더 높은 선명도와 해상도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 영상이 화소, 즉 ‘picture elements’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TV 모니터의 화소는 인상파 그림의 점들에 비유가 가능한데, 다시 말해 디지털 영상은 수많은 화소의 융합이 만들어낸 일관된 효과로 표현되며, 화소가 많은 영상일수록 촬영 소재는 더욱 실제와 같고 일그러짐이 줄어든다. 즉 영상 속 화소의 수에 따라 영상의 선예도(㎡)와 해상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화소는 보통 2차원적인 바둑판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비디오 스크린에는 시각 정보에 대해 480 정도의 ‘스캔 라인(scan line)’이 있다. 영화에서는 영상의 선명도와 해상도를 더 높이기 위해, 고화질 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1080 이상의 스캔 라인을 사용한다. 사양이 더 높은 컴퓨터에는 ‘스크린 라인(screen line)’ 마다 2000 화소가 있다. 이 같은 화소들은 디지털 영상의 입자를 늘리는 소프트웨어 앱을 사용하는 등, 컴퓨터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는 이전의 35mm 대형 필름 카메라보다 휴대와 이동이 쉽고 훨씬 적은 양의 빛이 필요하며 값도 더 저렴하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 역시 야간 촬영이 주를 이뤘던 영화 '콜래트럴(Collateral)'을 촬영할 때, 고화질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영상을 예리하고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명을 쓸 필요가 없어 기존 필름 카메라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감했다. 디지털 비디오는 특히 2009년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를 통해 그 진가를 더욱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이는 영화 '아바타(Avatar)'와 마찬가지로 고화질 비디오로 촬영되었다.

 

 디지털 기술은 영화의 ‘특수효과’에도 혁명을 불렀다. 과거에는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빈번하게 전체 장면을 재촬영했다. 일례로 특정한 과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데, 나오지 말아야 할 자동차나 휴대전화 등이 실수로 촬영되었다면 그 신은 통으로 편집하거나 다시 찍어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디지털 방식으로 이런 오류들을 제거할 수 있고, 심지어는 마이크를 아예 프레임 안에 들여다 놓기도 한다. 나아가 배우의 얼굴에 난 땀까지도 특수효과 기술자들이 감쪽같이 없앨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활약하며 영화제작 비용을 절감시킨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은 노르망디 침공 장면에서 4백 명가량 되는 병사 역할의 엑스트라들을 ‘CGI(computer-generated imagery)’를 통해 수천 명으로 늘렸고,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에서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의 나이 든 모습 역시 컴퓨터로 만들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배경과 전경 또한 나중에 완전히 새롭게 바꿀 수 있는데,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처럼 실제 세트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 수도 있다.

 

 CGI 기술은 영화의 제작뿐만 아니라, 배급과 상영에 필요한 경비도 훨씬 절약하게 만든다. 필름 인화 가격은 개당 2천 달러가 넘었는데, 한 번에 2천 스크린을 보여주는 대중적인 장르의 미국 영화들은 인화 비용만 4백만 달러가 들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많은 극장은 이미 극장을 디지털 상영관으로 바꾸었다. 이제는 영화를 무거운 릴(reel)에 감아 버스나 비행기, 기차를 이용해 수천 달러의 비용을 들여 운송하던 과거와 달리, 불과 몇 달러면 가벼운 디스크를 극장으로 보낼 수 있으며, 영화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인터넷을 이용해 전송할 수도 있다. 이는 전통적인 셀룰로이드 상영 방식에서 발생했던 긁힌 자국이나 떨림, 깜박거림의 문제를 없애며 관객들이 영화를 아주 깨끗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

 

* ‘아바타(Avatar)’, ‘매트릭스(The Matrix)’, ‘킹콩(King Kong)’, ‘스타워즈(Star Wars)’ 등 ‘디지털 혁명’과 관련된 영화의 예시들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설명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