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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프레임(2)
* 미장센, 프레임의 크기와 역할, 마스크 등에 대한 설명은 이전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영화의 이해 CH 2. 미장센] 2-1. 프레임(1)
프레임 내의 배치는 ‘형식’이 어떻게 실제 ‘내용’에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프레임의 중앙, 꼭대기, 밑바닥, 가장자리는 각각 다른 상징적 목적을 갖기 때문에, 감독은 배우나 사물을 원하는 곳에 배치해 대상에 관한 자신의 진술을 암시할 수 있다.
이중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 영역인 스크린의 ‘중앙’은 대부분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가 차지한다. 중앙은 많은 경우 일종의 기준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중요한 시각적 요소가 중앙에 놓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기대 때문에 오히려 중앙에 있는 대상은 시각적으로 극적이지 못한 편이다. 형식적인 면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프레이밍(framing)인 중앙 배치는 사실주의 감독들이 특히 선호하며, 형식주의 감독들도 평범한 해설 쇼트에서는 스크린의 중앙을 이용하는 편이다. 또 중앙 배치는 소재가 강제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 더욱 자주 사용되는데, 관객이 주변적인 시각적 요소들에 의해 산만해지지 않고 중앙의 소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프레임의 ‘꼭대기’ 부분에 있는 소재는 주로 권위, 열망, 힘, 포부 등을 상징하기 때문에 꼭대기에 위치한 인물은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압도하고 통제하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감독들은 권위적인 인물을 촬영할 때, 이 같은 프레이밍을 많이 사용한다. 또 매력적이지 못한 인물이 스크린의 위쪽에 있는 경우에는, 그 인물을 위험하거나 위협적인 인물 또는 아래쪽에 있는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우수한 인물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배적인 위치를 가진 인물이 다른 인물들보다 크거나 비슷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프레임의 꼭대기 부분이 항상 이렇게 상징적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때때로 이 부분은 그저 어떤 대상을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또 어떤 미디엄 쇼트에 등장하는 인물의 머리가 프레임의 꼭대기에 근접해 있는 경우 역시 어떤 의미를 반드시 상징적으로 갖는다기보다, 단순히 사람의 머리는 위쪽에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치되는 논리적인 위치일 뿐이다.
프레임의 ‘밑바닥’은 무력함이나 허약함, 복종 등, 앞서 설명한 꼭대기 부분과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밑바닥에 위치한 인물이나 사물은 곧 프레임을 완전히 나가 사라질 것만 같은 위태로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은 경우 이 부분은 위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또 프레임 안에 비슷한 크기의 사람이 둘 이상 있을 때, 보통 프레임 상단에 있는 사람이 밑바닥 부분에 있는 사람을 통제하거나 지배하는 경향을 갖는다.
프레임의 ‘좌우 가장자리’ 부분은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는 주로 하찮고 무의미한 것들을 보여준다. 특히 무명의 인물로 지내고 싶은 사람을 다루는 영화를 보면, 감독이 종종 해당 인물을 별로 의미 없는 가장자리에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가장자리에 위치한 소재는 보통 프레임 밖의 ‘어둠’과 가까이 있는데, 대부분의 감독은 이 어둠을 ‘빛의 결핍’에 대한 전통적인 아이디어, 즉 두려운 것, 미지의 것, 보이지 않는 것 등을 연상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죽음과 망각에 대한 상징 또한 프레임 바깥의 어둠이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것들이다.
어떤 감독은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를 프레임 ‘바깥’에 배치하기도 한다. 관객은 비가시적인 상황에서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에 어둠이나 죽음, 신비함과 관련된 인물을 등장시킬 때 이러한 배치 방식을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례로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감독의 영화 ‘유령 작가(The Ghost Writer)’에는 한 인물이 증거가 될 원고를 갖고 번화한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인물이 프레임을 떠난 뒤에도 카메라는 여전히 같은 곳을 응시하는데, 곧이어 자동차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원고 종이가 공중에 날린 뒤 서서히 떨어진다. 관객은 이 장면을 통해 조금 전 등장했던 인물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왜 인물의 사고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면은 ‘외화면’에 있다고 하며, 외화면은 화면 밖에서 음향과 연기가 이뤄져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외화면에 배치한 암살 장면은 중요 정보를 계속해서 감춘 채 편집증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외화면의 영역에는 ‘세트 뒤쪽 공간’과 ‘카메라 앞쪽 공간’의 2가지가 있으며, 이는 각각 다른 상징적 목적을 갖는다. 먼저 관객에게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숨길 수 있는 ‘세트 뒤편의 공간’은 관객이 그 공백을 자신만의 생생한 상상으로 대체하게 만들어, 심적 동요를 일으키고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오명(Notorious)’의 마지막 쇼트를 보면, 남자 주인공은 약에 취한 여자 주인공을 부축하며 나치 첩보원들을 지나 대기 중인 자동차로 이동하고, 정 많은 악인 크로드 레인스(Claude Rains)는 동료들을 피해 이 둘을 곁에서 보호한다. 하지만 이후 남자 주인공은 그 악인이 차 안에 함께 들어오지 못하도록 고의로 차 문을 잠그고, 프레임 밖으로 추방당한 악인은 그대로 버려진다. 이어 악인의 동료들이 그를 부르고, 그는 최악의 사태를 염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의심하는 다른 나치 첩보원들과 집으로 돌아간다. 이윽고 그들은 그들 뒤편의 문을 닫는데, 이때 히치콕은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카메라 앞 공간’ 또한 세트 뒤쪽과 마찬가지로 불안과 동요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일례로 존 휴스턴(John Huston) 감독은 그의 영화 ‘말타의 매(The Maltese Falcon)’의 살인 장면에서, 총이 카메라 바로 앞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올 때, 살해당한 사람을 미디엄 쇼트로 촬영한다. 즉 관객에게 살인자 없는 살인 장면을 보여주고, 프레임 밖에 있던 살인자의 존재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공개함으로써 관객의 불안과 동요를 극대화한 것이다.
* 미장센 및 프레임에 대한 내용을 보강하는 설명과 영화의 예시는 다음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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