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4. 16.

    by. pearls of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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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접근양식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사람들의 공간 사용 방식을 친밀한 거리’, ‘사적인 거리’, ‘사회적인 거리’, ‘공적인 거리4가지로 구분했다. 친밀한 거리는 피부가 맞닿는 곳으로부터 약 45cm 떨어진 거리이다. 이 거리에서는 개인들 간의 다정함, 사랑, 위로 등을 나타낼 수 있는 육체적 관계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이 친밀한 거리 내로 들어올 때는 침입의 느낌이 든다. 공적인 장소에서 친밀한 거리를 갖는 것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이가 자신의 공간을 침입하면 의혹이나 적의를 갖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거리45cm에서 1.2m 사이 정도로, 가족이나 연인보다는 친구나 잘 아는 사람들 간의 거리이다. 이는 한쪽 팔 길이 정도라, 필요한 경우 육체적 접촉 또한 가능하다. 사적인 거리는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지만, 늘 배타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사교적인 자리에서 친밀하거나 사적인 거리를 취하는 사람은 거만하고 버릇없게 보일 수 있다. 사회적인 거리 1.2m에서 3.6m 사이의 거리로, 보통 3명 이상이 모였을 때 필요하기 때문에 공적 사무나 일상적 사교모임과 같은 상황에서 주로 설정된다. 이는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를 주지만, 사적인 거리보다는 공적인 느낌이다. 공적인 거리 3.6m에서 7.5m 이상 떨어진 거리이며 말 그대로 공적이고 사심 없는 느낌이다. 공인은 보통 이러한 공적인 거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상당한 간격 차이 때문에 정확한 의사 전달을 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몸짓을 과장해야 한다. 또한 이 거리에서 사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예의 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접근양식을 본능적으로 조정한다. 대부분 낯선 사람과 우연히 45c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서 있게 되었을 때, 자신만의 친밀한 공간이 침범당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고, 그저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날 뿐인 것처럼 말이다. 접근양식에 있어 사회적 관계는 분명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일례로 복잡한 지하철 안의 많은 사람이 친밀한 거리 내에 있지만 신체적으로 접촉 중인 옆 사람에게 말은 시키지 않음으로써 공적 태도를 유지하는 모습 등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이러한 접근양식은 쇼트 간 거리와도 연관을 지어 볼 수 있다. 쇼트가 항상 카메라와 촬영되는 대상 사이의 실제 거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심리적 효과의 측면에서 쇼트는 물리적 거리를 암시한다. 감독은 한 신의 연기를 전달하기 위한 쇼트의 종류를 고를 때, 셀 수 없이 많은 선택지를 가진다. 이러한 쇼트의 종류는 거의 본능적으로 결정되지만, 감독의 선택은 보통 여러 접근양식의 정서적 효과에 기반해 결정된다. 또한 각각의 접근양식에는 적절한 카메라 거리가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친밀한 거리는 클로즈 쇼트 또는 익스트림 클로즈 쇼트에, 사적인 거리는 미디엄 클로즈 쇼트, 사회적인 거리는 미디엄 쇼트와 풀 쇼트에 비유된다. 공적인 거리는 대략 롱 쇼트와 익스트림 롱 쇼트에 상응하는 거리이다.

     

     자주 이야기했듯, 이 카메라 렌즈와 관객의 시선은 동일시되기 때문에 관객은 사실상 대상과 마주하고 있는 카메라의 범위 내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일례로 한 인물의 클로즈업이 관객에게 제시되었을 때, 관객은 해당 인물과 친밀한 관계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 감독은 관객이 등장인물과 아주 밀접한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하는데, 이는 관객이 불가피하게 해당 등장인물을 걱정하게 하고 문제에 관여하고 싶게 만든다. 클로즈업된 인물이 악당인 경우에는 관객 내면에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좋다. 하지만 위협적인 인물은 보통 그 존재 자체만으로 관객의 공간을 침입하는 느낌을 주곤 한다.

     

     공적 거리는 분리와 이탈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으며,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관객은 더욱더 중립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반대로 인물과 관객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관객은 인물과 더 강한 친밀감과 심정적 유대감을 갖게 된다.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이 남긴 유명한 말 중에는, “코미디에는 롱 쇼트, 비극에는 클로즈업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지극히 정상적인데, 가령 바나나 껍질 때문에 넘어지게 된 인물을 볼 때, 그 인물과 가까이에 있을 때는 사람의 안전이 걱정되어 전혀 웃기거나 우습지 않지만 같은 사건을 훨씬 더 먼 거리에서 보게 된다면 보통 웃음을 참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채플린이 그의 코미디 영화에서 클로즈업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대부분의 관객은 롱 쇼트에 있는 채플린이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행동을 하면 상당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정서적 효과가 대단히 큰 장면에서 채플린은 종종 클로즈 쇼트를 요구했는데, 이는 관객이 즐겁게 웃고 있던 상황이 전혀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음을 갑자기 깨닫도록 하며 낙담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쇼트는 실질적인 부분들을 고려해 결정한다. 대부분의 감독은 극적 액션을 가장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쇼트를 고른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객에게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와 특정한 접근 거리에 따른 정서적 효과에 대한 문제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경우, 많은 감독은 후자를 선택하며 별개의 수단을 통해 부족해진 정서적 효과를 해결한다. 하지만 물론 늘 기능적인 부분만을 고려해 쇼트를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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