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4. 23.

    by. pearls of 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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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편집

     

     일반적으로 영화의 쇼트는 다른 쇼트와 연결된 시퀀스로 편집되어 구성될 때 의미를 갖는다. 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편집은 필름의 한 조각과 조각, 즉 쇼트와 쇼트를 연결하는 것일 뿐이다. 가장 기계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본 편집의 용도는 필요하지 않은 시간과 공간을 제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편집은 여러 가지 관념들의 연상 작용에 기반해, 쇼트와 쇼트 또는 신과 신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편집이라는 것은 참 단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평가 테리 램세이(Terry Ramsaye)에 의하면, 편집 관습은 영화의 신택스(syntax)’이자 문법적 언어이다. 언어의 신택스처럼 편집의 신택스역시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에 꼭 배워서 습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4-1. 연속성

     

     영화라는 것이 이제 막 등장하기 시작했던 1890년대 후반에는, 영화의 길이가 짧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보통 롱 쇼트에 싱글 테이크(single take)로 촬영되었으며, 단순한 사건들로 구성된 경우가 많았고 쇼트와 사건의 지속 시간이 동일했다. 하지만 감독들은 머지않아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후의 영화는 단순한 하나의 싱글 쇼트, 그 이상이 필요한 작업으로 발전했다.

     

     이미 20세기 초에는 오늘날 소위 연속 편집이라고 일컫는 편집의 기능적 스타일이 고안되어 있었다. 주로 해설이나 설명 장면에 쓰이는 기술이지만, 대부분의 현대 극영화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유형의 편집 스타일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원래 이 같은 형식의 편집은 압축식 전달 방법의 일종으로, 오랜 관습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연속 편집은 사건의 전체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로, 특정한 사건의 이동성이나 유동성을 유지하려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여자 주인공이 일을 끝내고 집까지 가는 과정을 담은 쇼트를 연속적으로 촬영했을 때, 이 쇼트의 길이는 45분이 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속 편집은 이 여자의 행위를 5개 정도의 짧은 쇼트로 압축시킬 수 있으며, 각각의 쇼트는 다음 쇼트를 연상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5개의 쇼트에 대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여자가 사무실 문을 닫고 복도로 나오는 쇼트, 사무실이 있는 건물을 떠나 나오는 쇼트, 자동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거는 쇼트, 그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쇼트, 같은 자동차가 여자의 집 앞 진입로로 들어가는 쇼트이다. 실제로는 45분이 넘는 행위여도, 이렇게 하면 영화에 나오는 시간은 10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핵심적인 부분들은 모두 다루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압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러한 행위를 연속적이고 논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편집 시퀀스에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고 헷갈리게 만드는 단절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감독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스크린에 나타나는 모든 움직임을 동일한 방향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쇼트를 예시로 다시 상상해 보았을 때, 여자가 한 쇼트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다른 쇼트에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관객은 여자가 다시 사무실을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도록 쇼트와 움직임을 구성해야 한다. 만약 여자가 자동차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장면을 넣었다면, 감독은 역시 어떤 것 때문에 여자가 갑자기 그렇게 차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쇼트를 관객에게 제시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은 편집의 유형을 통해 최대한 어려움 없이 분절화돼야 한다. 만약 관객이 연속되는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편집의 방향성이 명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를 두고 점프 컷(jump-cut)’이라는 용어가 나온 것인데, 이는 편집의 진행 방향이 시간과 공간의 측면에서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처럼 보일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 영화감독은 대개 설정 쇼트(establishing shots)’를 이용해 편집의 경향을 보다 자연스럽게 만든다. 설정 쇼트는 보통 스토리의 시작 부분이나, 내러티브 내에서 특정한 신이 새롭게 시작할 때 삽입된다.

     

     장소가 우선 결정되면, 영화감독은 그 행위의 쇼트로 더욱더 가깝게 커트하여 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우 많은 커트가 있어야 하는 사건의 경우, 영화감독은 재설정 쇼트(reestablishing shot)’, 오프닝 롱쇼트로 돌아가는 방식을 활용해 커트할 수 있다. 관객은 이를 통해 더 가까운 쇼트의 공간적 맥락을 떠올릴 수 있게 되고, 이 다양한 쇼트들의 중간 지점에서 시간과 공간 역시 상당히 자연스럽게 줄거나 늘어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영화감독 그리피스가 영화계에 들어섰던 1908년경에는 이미 연속 편집 기술이 영화계에 만연했던 시절이다. 따라서 영화에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 역시 영화제작에서 보편적인 개념 및 과정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더 오래된 역사와 함께 더욱 세련된 내러티브 매체로 통했던 문학이나 연극보다는 여전히 그 스토리가 투박하고 단순한 축에 속했다.

     

     그리피스 감독이 등장하기 이전의 영화들은 보통 정지한 롱 쇼트로 촬영되었다. 영화에서의 시간은 실제 사건의 지속시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시기의 영화감독들은 더더욱 주관적인 시간을 도입하고자 했다. 주관적 시간은 실제 사건이 아닌, 쇼트의 지속시간과 쇼트들 사이 암시되는 시간 경과에 따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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